
2025년 9월 8일 새벽, 약 3년 만에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이 나타난다.
2025년 9월 8일 새벽, 밤하늘에 붉은 달이 떠오르는 신비로운 현상이 나타난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 현상이 약 3년 만에 한반도를 찾아온다. 이번 개기월식은 날씨만 좋다면 대한민국 모든 지역에서 전 과정을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어, 많은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 특별한 천문 이벤트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천문연구원은 9월 8일 새벽에 진행되는 개기월식의 상세한 시간표를 발표했다. 월식은 달이 지구의 옅은 그림자인 반그림자에 들어가는 반영식으로 조용히 시작된다. 이후 본격적인 월식은 새벽 1시 26분 48초, 달의 한쪽 면이 지구의 짙은 본그림자에 닿는 부분식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달이 서서히 어두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달 전체가 지구 본그림자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식의 시작 시각은 새벽 2시 30분 24초다. 이때부터 달은 붉고 어두운 모습으로 변모하며 '블러드문'의 서막을 알린다.
개기식은 새벽 3시 53분 12초까지 총 1시간 22분 48초 동안 지속된다. 이번 월식의 하이라이트인 최대식은 새벽 3시 11분 48초에 연출된다. 달이 지구 그림자의 가장 중심부에 가깝게 위치하는 순간으로, 가장 짙고 붉은 달을 볼 수 있다. 이 시각 달은 남서쪽 하늘, 약 31도의 고도에 위치할 예정이어서 주변에 높은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 관측하기 좋다. 개기식이 끝난 후에는 달이 점차 지구 그림자에서 벗어나며 밝아진다. 부분식 상태를 거쳐 새벽 5시 56분 36초에 반그림자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면 약 5시간에 걸친 월식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개기월식 때 달이 핏빛처럼 붉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의 대기 활동과 빛의 성질 때문이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져 태양 빛을 직접 받지 못하는 상태다. 완전히 어두워져야 할 것 같지만, 태양 빛의 일부가 지구 대기층을 통과하며 굴절되어 달에 도달한다. 이때 지구 대기는 마치 거대한 렌즈와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은 대기 중의 미세한 입자들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레일리 산란' 현상을 겪는다. 반면 파장이 긴 붉은색 빛은 산란되지 않고 대기를 통과해 달 표면까지 도달한다. 결과적으로 붉은빛만 달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보이게 되므로, 개기월식의 달은 신비로운 붉은색을 띠게 된다. 지구 대기의 먼지나 구름의 양에 따라 붉은색의 밝기와 농도는 매번 다르게 나타난다.

이번 개기월식은 별도의 장비 없이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이 가능하지만, 몇 가지 사항을 준비하면 더욱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 공해가 적은 장소를 찾는 것이다. 인공조명이 많은 도심을 벗어나 어두운 교외나 한적한 공원, 산, 강변 등이 최적의 관측 장소로 꼽힌다. 하늘이 넓게 트여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는 곳이 좋다.

한반도에서 개기월식의 전 과정을 관측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는 2022년 11월 8일이었다. 따라서 이번 월식은 약 3년 만에 돌아온 소중한 관측 기회다. 만약 이번에 구름 낀 날씨로 관측을 놓치게 된다면, 다음 개기월식은 2026년 3월 3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번 천문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아시아 전역과 러시아, 호주, 아프리카,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85%가 이번 월식의 일부라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부터 '블러드문'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길흉의 징조로 여겨지는 등 신비로운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그 과학적 원리가 명확히 밝혀졌지만, 여전히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번 개기월식을 맞아 전국의 주요 과학관과 천문대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특별 관측 행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과천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부산과학관 등 각 지역 거점 과학관에서는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대형 천체망원경으로 월식을 관람하는 기회를 열곤 했다. 이번 개기월식은 날씨가 좋으면 한국 전역에서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